밀가루만 먹으면 몸이 붓는다. 셀리악증후군

천안아저씨 2007. 12. 26. 12:00

세상에는 참 별의 별 병이 많기도 하다. 어떤 유명한 책에서 처럼 "의사가 만들어내는 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도 생각치도 못한 병이 있기 마련이다.

 

밀가루만 먹으면 붓는 다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지만 밀가루의 소비가 월등히 많은 미국에서는 흔한병이다.

 

한국에서는 그럼 셀리악증후군이 없었다가 근래에 생겼는가? 그건 또 그렇지도 않다. 명칭과 분류가 다를뿐 이미 과거에도 셀리악증후군이라는 병은 존재했었고 고전의 한의학서적에는 유사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다.

 

 

 

그럼 먼저 셀리악 증후군이 무엇인가?

 

 

 

셀리악 증후군은 일종의 알러지 반응으로 그 항원이 되는 물질은 "글루텐"이다. 거의 대부분에 음식에 들어있으며 특히 밀과 보리등 곡류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과학의 알러지에 대한 대처법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경우도 원인물질인 글루텐을 피하는 것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즉, 곡물섭취를 하지 말라는 소리다.

곡물을 섭취한 사람이 완벽하게 양치를 하기 전에는 구강내에 소량의 글루텐성분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곡물을 먹는 사람과의 키스도 피해야 한다.

 

"알러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모든 병의 대처법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치료불가능한 "불치병"이며 따로 완치라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생활에서 곡물섭취에 주의를 기울이고, 간혹 저절로 자연치유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니 그날이 올때까지 조심하라는것이 주요한 치료법이 된다.

 

 

그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하는 한의학쪽의 의견을 보자.

 

당연히 "셀리악"이라는 영어로 된 병명이 한의학에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알러지"라는 점에서 현대적으로 "면역기능 이상상태"라는 병의 일종이며, 이는 한의학에서 "정기허사기실"이라는 병리의 기초에 해당한다.

 

셀리악증후군의 증상자체는 한의학에서 "위내담음"이라는 세부병리에 속하며 단지 "곡식을 먹었을때 붓는다"라는 주요증상 이외에 식사와 관련된 다른 부증상이 있기 마련이고 이 부증상들의 상태에 맞추어 세부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셀리악증후군은 소장과 관계가 있지 위장과는 관계가 없다. 이 문제때문에 늘 한의사와 양의사의 반박이 있는데 한의학에서 "위"라 함은 해부학적인 위장뿐 아니라 GI트랙을 포함하여 구강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소화관련 기관을 통칭하는 기능적인 정의의 단어이다.)

 

사실 셀리악증후군이라고 진단을 받은 환자를 보면 "오로지 밀가루 먹었을때 붓는 것뿐 다른 증상은 단 한가지도 없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저것 검사를 받아 헬리코박터에 의한 위염이나 과민성대장증상, 변비, 복직근강직등등등 어차피 병명을 줄줄이 달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한의학에서는 "알러지"자체에 큰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조금 불결하거나 조금 맵고짜거나 조금 독한음식을 먹더라도 이상이 발생되지 않는것이 원칙이고, 남들 다~ 먹는 특정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단지 그 음식이 잘못이 아니라 환자의 몸 상태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료가 이원화 되어 각각 발전을 도모하는 독특한 한국에서는 두가지를 동시에 응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양의학에서는 우선 곡물의 섭취를 줄이고 각종 영양소의 약물을 복용하라고 제시하나 약물복용은 단지 보조일뿐 핵심치료의 원칙은 "곡물섭취금지"이다.

한의학에서는 소화기의 기능개선과 병이 발생한 시점의 체질상태 개선을 목표로 한약, 침, 뜸의 치료를 제시한다.

 

이원화된 내용중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을 추스려 정리하자면 "일단 곡물섭취를 줄이고 현재 소화기계의 어떤 기능실조가 발생했는지 한의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