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한의학의 전통의서인 ‘동의보감’.
한의사들이 매우 좋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 읽는 책이기도 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때 수많은 한의사들이 기뻐했으며, 한편으로는 양방의 의사로부터 구시대의 미개한 의서로 폄하되면서 공격받기도 했다.
현대과학에 반하는 내용의 기재가 많다는 점은 한의사들 역시 매우 잘 알고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은 매우 훌륭한 의서이기에 여전히 한의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은 구성역시 재미있다.
의서이다 보니 책을 처음 펴면 목차에 이어 곧바로 인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온다. 단전호흡법이라던가 기체조, 건강한 생활요령 등이 포함된 ‘신형편(身形篇)’을 넘기고 나면 곧바로 나오는 것이 ‘정(精)’편이다.
정(精)이란 정력, 정액 등을 이야기 할 때 말하는 그 정(精)이 맞다. 세상에 또 어떤 의서가 초두부터 섹스를 다루고 있을지 놀랍기도 하지만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동의보감을 접하는 청년 한의학도에게는 매우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책의 구성 때문에 20대 초반의 숫총각 학생이 의료봉사에 나가 70대 할아버지에게 성상담을 해 주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용을 읽어나가다 보면 점차 실망스러워 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좌절만 된다.
주요한 구절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정이 허해지면 어지럽고, 귀에서 소리가 나며, 다리에 시큰한 통증이 온다”
“정은 보배와 같아서 임신에 사용하는 것도 아까울 정도이니 함부로 사용하지 말고, 음란한 생각조차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정액을 보배처럼 아껴야 장수할 수 있다”
결국 섹스를 하지 말라는 소리이며 심지어는 야한 생각조차도 안 된다고 경고를 한다.
전혀 현대인의 성생활과는 맞지 않는 충고들뿐이다. 다만 과도한 성생활 후에는 어지럽거나 이명이 발생하는 것을 느껴본 사람도 있을 것이기에 고개가 끄덕여 질만한 내용이긴 하다.
그러다가 비방(秘方)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복잡한 제조방법이긴 하지만 사실 변강쇠를 만들어주는 비방이 아니다. 거머리를 주 재료로 하는 이 방제는 발기된 음경을 가라앉히는 용도이다. 섹스를 하지 말라. 혹시라도 발기돼서 못 참겠다면 이 처방을 쓰면 발기를 가라앉혀 성욕을 잠재우는데 도움이 된다니 실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초지일관 성욕의 절제만을 주장한다.
다음으로 음식에 대한 언급이 나와 다시 한 번 눈길을 끈다. 정을 보충할 수 있는 최상의 음식물이라 하니 눈에 불을 켜고 읽어보지만…. 나열된 것은 5가지 곡식으로 쌀, 보리, 좁쌀, 기장, 콩이다. 역시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잡곡밥을 먹는 것이 정액을 보충하는 최선의 수단이라니….
책의 초입부터 정력이야기를 하는 이 놀라운 의서는 결국 ‘섹스 하지 말고 살라’고 누차 주장하고 있다. 건강한 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을 아끼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비아그라의 대중화 이전에는 정력제를 떠올리면 한약, 보약이 자연스러웠고 근래에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것들의 주재료 역시 한약재들이며, 그 문헌적인 근거로는 항상 동의보감을 들고 있다. 어째서일까?
정편(精篇)을 최종적으로 마무리를 하며 그나마 정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음식으로 몇 가지를 부록처럼 나열해 놓은 것이 있다.
섹스는 최대한 피하더라도 정력은 왕성해야 하고, 이 왕성한 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약들이 있으니 왕성한 정력을 바탕으로 활력적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라며 몇 가지 적어놓은 것들이 바로 현대의 정력제로 응용되는 약재들이다.
오미자, 하수오, 구기자, 산수유, 물개음경, 녹용, 개고기 등 딱 봐도 어디서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정력제들이 바로 그 내용 중에 있다.
http://desktopia.net/funny/celibacy-desktop-wallpaper/
현대적 해석 혹은 현대적 응용은 현대의 한의사의 몫이긴 하지만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한 내용은 염두해 둘 만 하다. “섹스는 절대 과해서는 안된다”
천안 나래한의원 성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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